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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마이너스 금리 정책 분석: 통화 강세와 디플레이션에 맞선 조치

경제학 공부

by EIS Student 2025. 6.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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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왜 마이너스 금리인가?

2015년부터 스위스 중앙은행(SNB, Swiss National Bank)은 세계 금융시장에 전례 없는 통화정책을 도입했다. 바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다. 이는 전통적 통화정책의 틀을 깨는 시도였으며, 이후 여러 국가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스위스의 마이너스 금리는 단순한 실험이 아닌, 통화가치 급등과 낮은 물가상승률(디플레이션 압력)이라는 복합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교한 경제정책 수단이었다.


스위스의 통화 환경과 문제점

1. 스위스프랑의 지나친 강세

스위스는 오랜 기간 ‘안전자산 통화국’으로 인식되어 왔다. 유럽 재정위기(2010년대 초반)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시기마다 유럽 및 글로벌 투자자들은 유로화나 달러보다 스위스프랑(Swiss Franc, CHF) 을 선호하며 자금을 이동시켰다.

그 결과, 스위스프랑은 201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인 강세를 보였으며, 이는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스위스는 정밀기계, 제약, 시계 산업 중심의 수출의존 국가로 통화가치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2. 물가상승률의 둔화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강한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2010년대 들어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낮아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대두되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과 글로벌 저물가 기조 속에서 스위스도 영향을 받았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배경

1. 2015년 스위스프랑 페그제(연동제) 폐지

스위스는 2011년부터 자국 통화를 유로화에 연동하는 ‘1유로 = 1.20프랑’ 페그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유럽의 디플레이션 압력, ECB의 자산매입 확대 등으로 유로화가 급락하면서 페그제를 유지하는 데 막대한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해졌다.

결국 2015년 1월, SNB는 페그제를 포기하고 동시에 정책금리를 -0.75%로 인하했다. 이로써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정책금리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2. 외환시장 안정과 통화강세 억제

정책금리를 음수로 설정함으로써, 외국 자본이 스위스 자산에 투자할 유인을 감소시키고, 스위스프랑의 추가 강세를 방지하려는 의도가 컸다.


정책의 작동 원리와 효과

1. 마이너스 금리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마이너스 금리는 예치금에 대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보관료’를 받는 형태다. 이는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하지 않고 실물경제에 대출하도록 유도하며, 동시에 외국 자본의 유입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2. 환율 안정화 효과

정책 시행 직후, 스위스프랑은 일시적으로 급등했지만,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흐름을 유지하게 된다. 이는 스위스의 수출산업에 안정성을 부여하고, 관광업 회복에도 기여했다.

3. 물가 안정 및 기대인플레이션 회복

마이너스 금리는 국내 수요를 자극하고, 동시에 수입물가 상승을 유도해 물가상승률을 서서히 되돌리는 효과를 기대했다. SNB는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1%대로 회복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된다.


한계점과 부작용

1.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되면서, 상업은행의 이자 수익 감소가 문제가 되었다. 예금이자를 0 이하로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대출 마진이 줄고, 이는 은행의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 자산시장 과열 우려

저금리는 부동산 및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자금을 몰리게 해 버블 가능성을 동반한다. 특히 스위스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2020년 이후 빠르게 상승하며, 중앙은행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 국제적 의미와 시사점

1. 유럽 및 일본 등도 마이너스 금리 동참

스위스의 사례는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 등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2016년 이후 여러 선진국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이는 금리정책이 더 이상 실물경제를 충분히 자극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2. 한국에 주는 교훈

한국은행은 2020년 코로나 위기 시기에도 기준금리를 0.5%까지 인하했지만, 마이너스 금리는 채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물가·고환율·저성장 구조 속에서 장기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의 선택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결론: 통화정책의 새 국면을 연 스위스

스위스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통화가치 방어와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은 시도였다. 이는 단순한 금리 조정이 아니라, 통화정책의 경계를 재설정한 역사적 사건이다.

세계 각국은 여전히 저금리 환경에 놓여 있으며, 2025년 현재도 유럽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제로 혹은 마이너스 금리 수준의 실질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사례는 글로벌 통화정책의 실험적 전환점을 제시하는 기준점으로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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